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날.
계획대로 아침 일찍부터 버스를 타고 바티칸 시국으로 발걸음을 옮긴 우리들.
(바티칸 시국은 전 세계 가톨릭 성당의 최고 통치 기관인 교황청과 교황이 있는 곳으로,
1929년 라테란 조약으로 주권을 인정받은 독립 국가.)
제일 처음 찾아간 곳은 바티칸 박물관.
한 정거장 지나쳐서 버스에서 내려 약간 헤매다가 결국 담벼락을 따라서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고 길을 찾았지..
여기 줄을 선 사람들은 모두 바티칸 박물관으로 들어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나와 있는 사람들..
우리도 그 맨 뒤에 서서 거의 1시간 정도 기다리고 나서야 드디어 박물관 입구가 보이는구나!
(책엔 되도록 일찍 가라고 되어 있어서 일찍 갔는데..
충격적인 것은 관람을 마치고 1시쯤 나오니까 그 땐 줄이 없더구만-_-;;;
아마도 전세계 모든 가이드북에 일찍 가서 줄 서라고 써있는 모양.ㅋ)
간단한 소지품 검사를 마치고 입장권을 구입해서 드디어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니
정말 방대한 양의 미술품과 넓디 넓은 박물관..
작품 하나하나 살펴보려면 삼박 사일도 모자랄 것 같아서 관람자 코스를 따라
대충 전시되어 있는 미술품만 훑고 지나갈 수 밖에 없었어..
이건 우리 뿐만 아니고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물 흐르듯 차례차례 방을 통과했지.
그러다 갑자기 관람객이 북적거리고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음이 난다싶으면
십중팔구 유명한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방.ㅎㅎ
이런 곳에선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관광객을 모아서
그림을 설명하는 가이드의 말도 슬쩍 귀동냥으로 얻어들을 수도 있었지.
아래 그림은 카라바조의 '예수입관'
성경에 관련된 여러 작품들을 감상하며 관람 코스대로 걷다보니 피냐의 안뜰로 나온 우리들.
계속 어두컴컴한 방을 따라 수세기 전의 그림들을 보다가
햇살이 쏟아지는 밖으로 나오니 갑자기 현실로 다시 돌아온 기분.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랬는지 조용했던 박물관 내부와 대조적으로 이 곳엔 많은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으며 활기차 있었지.
피냐의 안뜰에선 위 사진의 정면 가운데에 보이는 고대 로마를 상징하는 솔방울 분수와
아래 사진의 천체 속의 천체 주위에 단연 사진 찍는 사람들이 압도적.ㅎ
역시 다른 나라 가이드북도 우리나라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게야.ㅋㅋ
(뭐..워낙 두 개가 유명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밖에서 조금 쉬다가 다시 박물관 코스 재 관람.
박물관 내엔 그림 외에도 여러 조각품들도 있는데 특이한 점은 하나같이 무화과 나무잎으로 가리개를 한 상태.
언젠가 외설적이라해서 일괄적으로 다 가려졌다는데..
어쩐지 그 꼴이 더 우습고 외설적으로 보이는 듯..;;
(하나하나 잎사귀 만들어서 붙였을 당시를 생각하니 그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_-)
그리고 바티칸 박물관은 전시되어 있는 회화나 조각뿐 아니라
벽이나 천장을 따라서도 그림들이 있기에 두루두루 둘러보면서 걷느라 목과 눈 운동에도 효과적.ㅎ
계속 길을 따라 가다 보면 갑자기 관광객이 꽉! 들어찬 방에 입성.
이 곳이 바로 그 유명한 라파엘로의 방..
특히 아래 그림 <아테네 학당>이 유명한데 여기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폴로, 아테네,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조로아스터 심지어 라파엘로의 자화상까지 그려져있지.
가이드 북에 나와있는 그림 설명과 역시 귀동냥으로 다른 가이드가 설명하는 것도 슬쩍슬쩍 들으며
한 명 한 명 찾아보는 것도 꽤 재밌더군.^^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주욱~~~계속 걷다보면 바로 그 시스티나 소성당!
여기엔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있는 곳!
점점 통로가 좁아지고 사람들이 정체된다싶더니 쑤욱-들어가게 된 곳에
그야말로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봤을 때의 그 느낌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경이로웠달까.
그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세세한 표현은 정말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충격적이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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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지껏 사진을 계속 허용했던 것과는 달리 이 방만은 엄격하게 사진 통제, 잡담 통제..
관광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조금만 커진다 싶으면 어디선가 들리는 경비원의 쩌렁쩌렁한 "쉬이이잇!!!" 소리.
그것도 한 두번 들을 땐 아..조용히 해야지..싶다가도 계속 듣게 되니까
아..이렇게 이야기 많은 그림을 앞에 두고 얼마나 더 조용히 하라는거야..거 되게 깐깐하게 구네..라는 생각이 뾰족-_-.
(뭐..꼭 여기서만 그런 건 아니고 바티칸 시국 전체의 느낌이 이런 편이었어.)
그래..이게 다 유명세 때문이겠지.
<천지창조>는 그야말로 전세계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그림이니까.
어쨌든 계속되는 경비원의 "쉬이이잇!!!" 소리를 들으며
뒷 목이 빠져라 한참을 천장을 올려보며 그림을 하나하나 눈에 담은 뒤
우리는 바티칸 박물관을 빠져나왔지.
밖으로 나오니 이제껏의 날씨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
내가 유럽에서 이런 맑은 하늘을 다 만날 줄이야.T0T
(독일과 네덜란드, 벨기에 에서는 계속 흐리고 비가 왔었지..-_-..)
그리고 이 화창한 날씨만큼 환장하게 많은 사람들.ㅋㅋ
아래 사진 아래쪽에 바글바글한 사람들이 보이는지?..^^;;
사람 많은 이 곳은 산 피에트로 광장인데 워낙 넓어서 동영상으로.
여긴 베르니니가 설계한 광장으로 산 피에트로 대성당이 두 팔을 벌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감싸 안는 느낌이 들도록 설계했다고 하는데
과연 품 안에 들어온 듯, 둥지 안에 들어온 듯 포근한 느낌.^^
광장의 많은 사람들처럼 우리도 함께 사진도 찍고 즐거운 한 때를 보내다가
이미 끝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을 선 산 피에트로 대성당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산탄젤로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어.
가는 길에 젤라또 가게에 들러서 이번엔 콘으로.
여지껏 책에서 소개해준 유명한 곳만 가다가 그냥 걷다가 아무 곳이나 들어가 구입한 첫 시도였는데
보기 좋게 대실패-_-...과일이 들어간 것은 서걱거리고 크림이 들어간 것은 느끼하고..
그래도 시원한 맛에 다 먹기는 먹었다만..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젤라또.
그리고 유명한 집이 괜히 유명한 집이 아니었구나..
사람들이 길게 줄 서서 먹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달까..
(응? 짜장우유? 이제 확실히 알겠지? ㅋㅋ)
그렇게 젤라또를 먹으며 걷다보니 산탄젤로 성 도착!
이 곳은 교황의 피난처로도 사용되고 있어 바티칸 박물관, 바티칸 궁전과 연결되는 길이 있다고.
어쩐지 다시 한 번 <천사와 악마>가 생각나는구만.
마지막 천사가 가르키던 곳이 바로 이 곳이었지.
하지만 이 곳도 이미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늘어서 있어서 들어가는 건 포기하고
(여행 마지막 날이라서 행동이 꽤 신속 과감해졌던 우리들.ㅋ)
다리 위 난간에 앉아 산탄젤로 성과 그 주변의 조각상들, 다리, 수 많은 관광객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흠뻑 취해있었어.
그리고 다시 나보나 광장쪽으로 걸어가는 길..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려 가보니 관광객 한 명과 춤을 추고 있는 수도사들.
(수도사 복장을 한 예술가들인지 진짜 수도사들인지는 잘 모르겠음)
거리에 서서 흥겨운 음악과 춤을 보며 박수를 치다보니 가슴 한 켠이 굉장히 벅차오르는 기분..
아~~좋다.....
그래..여행이란 참 좋은거야..^^
그리고 해가 완전히 졌을 무렵엔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이때껏 아무 쇼핑도 선물도 구입하지 않았던 우리들은
나보나 광장의 한 골목에 있는 가죽 매장으로.
이 곳은 가족이 운영하는 가죽 공장으로 천연 가죽을 이용해 만든 다양한 제품들이 있는 곳인데
특이하게 구입하는 가죽 제품에 이니셜을 새겨준다고 해서 들러보았지.
선물로 사갈 것이기 때문에 부피가 큰 가방은 패스하고(뭐..자금의 압박도 있었고.ㅋㅋ)
지갑을 몇 개 골랐는데 참 심플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이라 정말 마음에 쏙! 들었어.
원래 가족들 선물용만 구입할 생각이었는데 반한 김에 내 것도 슬쩍..^^;;
그리고 지갑을 고른 뒤 이니셜을 새기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중.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얼마든지! 라고 대답했던 소탈한 미소가 예뻤던 가게 주인.
그러고 보면 이탈리아어는 고사하고 영어도 잘 못하지만 어차피 사람 사는 게 다 거기가 거기라서
여행하면서 언어 때문에 불편한 적은 별로 없었던 듯..
(영어를 잘 못하는데 여행이 가능할까요?..라고 질문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서...
언어와 영어에 기죽지 마세요. 업무 보러간 거 아니잖아요. 놀러 간거잖아요~
여행지에서의 영어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랍니다. ^^;;)
자, 이니셜을 골랐으면 이제 스토브 위에 올려놓고 달구기 시작.
그리고 다 달궈지면 우리가 원한 그 자리에 이렇게 꾹! 눌러서 이니셜을 새겨주지.
그럼 이런 모양새.
이니셜을 새겨 주니 선물로 주기에도 딱 좋은 아이템이었어.^^
이 지갑이 내가 이 상점에서 구입한 것인데,
같은 디자인 카멜색으로 작은언니 것도 여기서 구입.
언니도 꽤 마음에 들어해서 내심 뿌듯했어..으흣.
(언니에게 선물 주면서 "이게 정말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꿰매고, 한 자 한 자 새겨서 만든 지갑이야."라는 설명도 함께.ㅋㅋ
하지만 시크릿 가든을 보지 않은 우리 언닌 내가 뭔 소릴 하는지 못 알아 들었지..OTL...)
기분 좋은 쇼핑을 마친 우린 드디어 저녁 먹으러!
사실 지갑 구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가족들 선물을 좀 더 볼 생각이었으나
사람들도 너무 많고, 비싸 보이는 곳은 쫄아서 들어가지 못하겠고..
심지어 물가도 너무 비싸서 이탈리아에서의 쇼핑은 지갑이 처음이자 끝-_-;;;
후에 테르미니역 안에 있는 마트에서 악마의 잼이라 불리는 뉴텔라 초콜릿 잼과 초콜릿 등등으로
나머지 가족들과 친구, 직장 동료들 선물 퉁 -
아..정말 살 것 없었고..살 수도 없었어요..그게 최선이었어요..T0T..
명품의 나라라지만..명품을 사올 순 없잖아요...T0T..
사실 이 곳도 책에 나온 음식점을 찾아가다 어쩐지 호객행위에 이끌려 들어온 곳인데,
웨이터가 너무 친절하고 유쾌해...과하지 않을 정도의 친절과 유머가 기분 좋았던 곳이지.
역시 이 날도 시작은 토마토 샐러드.
신선한 야채 완전 좋아!^0^
그리고 짜장우유는 스테이크.
(건방진 녀석2..ㅋㅋ)
정군은 토마토소스 펜네.
난 오일 소스 스파게티.
이로서 난 이탈리아에서 토마토, 크림, 오일 세 종류의 파스타 다 먹어봤어!
집념의 김야옹씨. ㅋㅋ
마지막 밤이니만큼 와인도 함께 하며 느긋한 저녁 식사를 마친 우린
디저트로 티라미스도 시켜보았어.
아..이것이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식사라니 너무 아쉬워...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완전히 어두워진 로마 거리를 걸으며
아쉬움을 달랬던 우리들..
그리고 다음날 암스테르담 공항과 지구 어딘 가의 하늘에서 새해를 두 번 맞이한 뒤에 한국으로..
한국에 돌아오니 폭설과 한파로 후덜덜했었지..;;
이것으로 우리의 즐겁고도 짧았던 이탈리아 여행은 끝이 났지만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거리, 그 소리, 그 냄새들이 다 떠올라.
이제 이번 여행기를 끝내면 정말 이탈리아 여행을 끝내는 기분일테지..
아..아름답고 북적거리고 유별나기도했고 맛있었고 신났었고 즐거웠던 이탈리아. 안녕.
차오. 이탈리아. :)




